내가 처음으로 제인 맥고니걸 교수를 만난 곳은 책이 아닌 TED다. 자극을 받고 싶거나, 애매한 10~ 20분 정도의 텀이 있을 때 찾던 TED에서,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강연의 제목은 “당신의 수명을 10년 연장시켜줄 게임”으로, 게임의 순기능을 외치며 자연스래 내 클릭을 유도했다. 20분간 점심식사를 하며 감상하였다. 강연을 보며 내가 받은 느낀 점은 안도감과 설래임이었다. 가장 먼저 이 길을 나혼자 걷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또 이런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상상을 하니 설래였다. 이것이 대략 2년전 이야기이다. 지난 2년 동안 회사에서 맹목적으로 일을 하며 내 삶의 의욕과 의미를 많이 잊고 살았다. 삶의 뜻도 목표도 막연해져 갔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살다 보니 어느덧 대학교 복학을 한 달 앞두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게임에 대한 회의감, 진로에 대한 걱정, 사그라든 열정, 모든 부분을 타협하는 자세 등. 이 길에 진정 내 사명이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결단 내려야 했다.

   그러다 그녀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의 제목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 제목이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어 보았다. 확실히 그녀는 선구자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만한 포부와 실력이 있었다. 그녀를 통해 게임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일정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 분야와 관련된 용어와 발전 정도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은 초기지만 이 분야는 분명 발전하고 있었다. 유저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힘을 “게임”은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낭비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우리 게임 개발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일한다(임무 수행). 반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반강제적이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수행된다. 맥고니걸 교수는 때로는 같은 일을 두고도 왜 게임에서는 자발적인 일이 되고, 현실에서는 하기 싫은 노동이 되는지를 대조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하기 싫은 노동을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녀의 노력들을 보여준다. 그동안 게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비추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게임을 생각하면 폐인처럼 학업을 뒤로하고 피씨방에서 밤새 롤(LOL)을 하는 학생이나 캡을 깊게 눌러쓰고 몰래 빠져나온 구질구질해 보이는 아저씨가 피씨방에서 담배를 뻐끔거리며 고스톱을 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게임의 모습이 아니다. 게임은 현실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숨어 있다. 그것도 즐겁게!

   게임은 강력한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즐기게 하고, 소속한 팀에 기여를 이끌어 내고, 그러면서도 내적 보상만으로 만족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애매한 외적 보상체계, 비효율적인 인사고과, 일균화된 교육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자발성을 헤치고 있다. 이제 게임을 다시 조명해야 할 때다. 우리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게임의 본질을 연구하여 요소를 곳곳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좋은 습관중 하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편견 없이 접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나 제인 맥고니걸 교수처럼 게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꿈꾸는 개발자라면 당연 일독을 권하고싶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정리하고 영감을 얻는 차원에서 말이다. 아, 나중에 찾아봤는데 원제는 “Reality Is Broken”이다. "현실은 고장났다." 이제 게임으로 그 현실을 즐겁게 고쳐보자.

누구나 게임을 한다
국내도서
저자 :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 / 김고명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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