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공부에서 졸업 할 수 있을까?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마치고 수년간 일을 해도, 공부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예전만큼 공부에 대한 마음이 뜨겁진 않다. 꿈이 식은 탓일까. 그동안 습관처럼 이런 류의 자기개발 도서들을 동기부여 목적으로 읽어왔던 것 같다.이 녀석은 조금이라도 나를 변화시켜 주리라는 생각에. 하지만 이렇게 “때”를 기다리기에 삶은 너무 짧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동기부여는 내 스스로 변화를 결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이 크게 동기부여가 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공부에 있어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해 모두 다루었다. 밑에 내가 새롭게 배운 점들을 간단히 서술하겠지만, 주제별로 근대 뇌과학적/사회학적 연구에 근거한 새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단지 큰 주제들을 모두 조금씩 다루려다 보니 대략 500쪽에 육박함에도 종종 “충분히 깊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도움 되는 뇌과학적 지식 만으로도 책 한 권에 다 담기 어려운데 10개가 넘는 주제들을 한 권에 다루려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신 실용적이다. 요약하고 나니 다양한 주제들의 요점들을 뽑아 낼 수 있어 좋았다.


다음은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점들이다.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는데, 외재적 동기는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내재적 동기는 자율성에 기반한다. 조금이라도 선택권과 권한을 부여하면 자율성을 느끼며 내재적 동기가 살아난다. 반대로 선택권을 줄이고 권한을 빼앗으면 내재적 동기는 죽는다.하지만 내재적 동기를 완전히 잃어버렸을 때엔 멈춘 심장에 심장제세동기를 작동 시키듯 외재적 동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칭찬은 외재적 동기라고 한다. 과한 외재적 동기는 내재적 동기를 잃게 만들 수 있기에 칭찬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력엔 절대적인 시간의 투자가 필수다. 아이큐와 실력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한 분야의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보면 아이큐에 상관 없이 그들의 현 위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또한, 그 시간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현대 방법론을 적용하면 같은 시간에 몇 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긍정적인 상태는 인식의 확장의 양분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애써 무시하기 보단 직면하자. 스스로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명명하자. 슬프면 슬프다고, 정확히 무엇 때문에 슬프다고 말하고 용기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이 추스러든다.


훌륭한 효율을 내는 팀은 누구나 의견을 편하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구성원들이 높은 공감능력과 사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의식을 활용하자. 의식과 무의식은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무의식이 잘하는 일을 의식에게 맡기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무의식은 산책이나 악기연주, 샤워, 목욕, 잠 등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며 이 때 의식이 닿기 힘든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보들을 빠르게 처리하며 복잡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유산소 운동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주 4~5회,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잠은 나이에 맞게 자는데 성인의 경우 7~9시간을 자는 것을 추천한다. 잠을 자면 무의식도 활동하고 학습에 필요한 능력도 재생된다. 추천시간에 맞추어 자기 힘들다면 중간에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낮잠은 기상 후 7~8시간 후에, 30분이 넘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커피도 하루 2잔 정도는 피로감을 줄이고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을 가꾸는 것이다. 물리적 혹은 인지적 알람을 활용해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웹서핑은 사용시 많은 인지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공부 할 때와 휴식 할 때 모두 안하는 것이 좋다.


창의성은 풍부한 재료와 그들의 연결에서 나온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을 축적하며 재료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재료를 쌓는 방법에는 이질적인 취미, 해외여행, 다양한 사람 만나기, 독서가 있다.


깊이는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공부에 관해 잘 정리된 책이다. 유익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는 이 책의 두께에 비례하는 엄청난 양의 레퍼런스들이 존재해서 본인의 관심사에 맞춰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끝으로, 고영성 작가님의 센디에고 순례길 신혼여행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00km 의 긴 길을 낯선 여행자들과 함께 30여 일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꼭 한 번 해 보아야겠다.


   스물 두 살 때 처음 손정의를 만났다. 당시 아버지께서 “일본 재일 부자 손정의”라는 책을 권해주셨고 난 순식간에 그에게 빠져들었다. 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에겐 내게 없는 것들이 있었다. 첫 째로 용기와 배포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떠날정도로 용감했다. 둘 째로 절실함이었다. 그에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삶의 사명이 있었고 죽을병도 그를 꺾지 못했다. 셋 째로 통찰과 결단력이었다. 그는 이것으로 그의 사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왠만한 인물들은 그래도 따라할 엄두가 났지만, 그는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라는 말이 나왔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날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근에 다니기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우연히 “손정의”가 나왔다. 우린 경외감에 가득차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손정의에 관한 모임을 따로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손정의에 관한 또 다른 책, “손정의 :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를 만난 것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느낀점은 손정의 처럼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이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손정의의 이야기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난 내 생각의 어디가 그와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손정의는 멀리 보았고, 남다르게 큰 뜻이 있었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세 가지 생각이 손정의와 나의 가장 큰 “다른 생각들”이었다.

   손정의는 10년, 20년, 30년 후를 내다 보며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결코 눈 앞 몇 푼의 손익에 눈이 멀지 않는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은 10년 후에 성공한다. 그가 준비하는 사업은 최소 5년, 10년, 30년을 가는 아이템이다. 인터넷 기업을 세울 때에도, 야후 재팬을 인수할 때도, 아이폰을 들여올 때도, 알리바바에 투자할 때에도 그의 노련하고 장기적인 시각이 빛을 발했다. 그는 어떤 유혹이 와도 오래 가는 가치를 추구하려고 했다.

   또한, 손정의에겐 자신을 넘어선 뜻이 있었다. 그래서 손정의는 10대에 미국으로 홀홀단신 떠날 수 있었고, 젊은 날 질병으로 인한 사형선고를 이겨낼 수 있었고, 철옹성 같은 대기업의 독점에 용기있게 맞서 이길 수 있었다. 그의 뜻은 질병도 대기업도 두려움도 꺾을 수 없는 생생하고 절실하고 커다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의 최대의 꿈을 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도”와 “최대”이다. 그의 꿈은 자신과 자신의 상황과 시대의 흐름 안에 있지, 따로 놀지 않았다. 즉,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꿈이 작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에서 최대의 방향을 정했다. 최대의 방향은 최대의 노력을 필요로 했고, 그는 최대로 노력을 했고, 최대의 노력은 그의 한도마저 늘려버렸다. 한도가 늘어가며 그의 꿈도 커져갔다. 그렇게 커져가던 꿈은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300년 앞까지 내다 보는, 소프트뱅크가 되었다. 그의 소프트뱅크와 “할 수 있다”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지난 주에 운전면허 시험 중 마지막 관문인 도로주행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장내 코스에서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이나 타운전자, 그리고 그들의 돌발행동이 발생하지 않아 습득한 대로 잘 할 수 있었지만, 장외도로에서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백짓장처럼 새하얘졌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에게 리마인드해야 했다, 그것이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크런치 밟고 브레이크 밟아서 정지… 오르막길에서는 반크런치 상태에서 브레이크 떼고 엑셀 밟으면서 조금더 크런치를 놓아준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실의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함이 우리 머리를 백짓장처럼 하얗게 만들 때마다, 우린 스스로에게 리마인드 해주어야 한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 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고. 비록 중복되고 비슷한 말을 반복해 집중력을 조금 흐리지만, 손정의의 본질을 이루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 책이다.

3.7점 / 5.0점

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국내도서
저자 : 이상민
출판 : 팬덤북스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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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제인 맥고니걸 교수를 만난 곳은 책이 아닌 TED다. 자극을 받고 싶거나, 애매한 10~ 20분 정도의 텀이 있을 때 찾던 TED에서,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강연의 제목은 “당신의 수명을 10년 연장시켜줄 게임”으로, 게임의 순기능을 외치며 자연스래 내 클릭을 유도했다. 20분간 점심식사를 하며 감상하였다. 강연을 보며 내가 받은 느낀 점은 안도감과 설래임이었다. 가장 먼저 이 길을 나혼자 걷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또 이런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상상을 하니 설래였다. 이것이 대략 2년전 이야기이다. 지난 2년 동안 회사에서 맹목적으로 일을 하며 내 삶의 의욕과 의미를 많이 잊고 살았다. 삶의 뜻도 목표도 막연해져 갔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살다 보니 어느덧 대학교 복학을 한 달 앞두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게임에 대한 회의감, 진로에 대한 걱정, 사그라든 열정, 모든 부분을 타협하는 자세 등. 이 길에 진정 내 사명이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결단 내려야 했다.

   그러다 그녀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의 제목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 제목이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어 보았다. 확실히 그녀는 선구자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만한 포부와 실력이 있었다. 그녀를 통해 게임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일정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 분야와 관련된 용어와 발전 정도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은 초기지만 이 분야는 분명 발전하고 있었다. 유저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힘을 “게임”은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낭비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우리 게임 개발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일한다(임무 수행). 반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반강제적이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수행된다. 맥고니걸 교수는 때로는 같은 일을 두고도 왜 게임에서는 자발적인 일이 되고, 현실에서는 하기 싫은 노동이 되는지를 대조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하기 싫은 노동을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녀의 노력들을 보여준다. 그동안 게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비추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게임을 생각하면 폐인처럼 학업을 뒤로하고 피씨방에서 밤새 롤(LOL)을 하는 학생이나 캡을 깊게 눌러쓰고 몰래 빠져나온 구질구질해 보이는 아저씨가 피씨방에서 담배를 뻐끔거리며 고스톱을 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게임의 모습이 아니다. 게임은 현실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숨어 있다. 그것도 즐겁게!

   게임은 강력한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즐기게 하고, 소속한 팀에 기여를 이끌어 내고, 그러면서도 내적 보상만으로 만족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애매한 외적 보상체계, 비효율적인 인사고과, 일균화된 교육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자발성을 헤치고 있다. 이제 게임을 다시 조명해야 할 때다. 우리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게임의 본질을 연구하여 요소를 곳곳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좋은 습관중 하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편견 없이 접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나 제인 맥고니걸 교수처럼 게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꿈꾸는 개발자라면 당연 일독을 권하고싶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정리하고 영감을 얻는 차원에서 말이다. 아, 나중에 찾아봤는데 원제는 “Reality Is Broken”이다. "현실은 고장났다." 이제 게임으로 그 현실을 즐겁게 고쳐보자.

누구나 게임을 한다
국내도서
저자 :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 / 김고명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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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증명

그림을 그려보면,
(실수!B-A가 아닌 A-B이다.)
와 같다.

좌표를 표시해 보면,
(실수!B-A가 아닌 A-B이다.)
와 같다.

이 때, 두 점 사이의 거리인 d는 이다.

루트는 복잡하니 루트를 제거하기 위해 d를 제곱하면,

정리의 우항과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A-B를 조금 더 보면 다음과 같다.

아까처럼 좌표를 표시해 보면,

마찬가지로,

1=2이므로,

증명 완료

피타고라스의 정리


일때, 이다.


증명

위의 그림과 같이 빨간색 수선의 발을 빗변으로 내렸을 때,는 비율만 다른 닮은꼴 삼각형이다.
즉, 이다.

이므로,


1과 2를 더하면,

이므로,
 ( pr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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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대학에 제출할 자기 소개서를 첨삭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스토리를 짜서 배치하고 작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읽고 수정하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제출하였다. 나는 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나를 칭찬해주면 어쩌나, 그랬을 경우 어떤 세레모니를 취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선생님 입에서 나온 사람의 이름은 내가 아닌다른 친구였다. 겸연쩍게 웃는 그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아마 이 때 부터였던것 같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시기가 말이다. 그 친구는 저녁때 까지 실컷 놀다가 한 두 시간 만에 일기 쓰듯이 주르륵 써서 냈다. 그리고 난 그 친구가 글을 쓰는 것을 이전에 본적이 없었다.

  나면서부터 타고난 감수성이나 어려서부터 글쓰기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던 친구들에겐 분명 앞선 출발선이 존재한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친구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미 어렸을 적에 글과 말에 대한 감각이 형성 되면 굳이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읽기 편하고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그런 것을 얻을 수 없었다고 해서 글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마음 한켠이 아프다. 실제로 그런 글을 써서 뭇매를 맞았던 기자가 있다. “당신이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인데, 제목만 봐도 열심히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작가 지망생들의 마음에 어떤 비수가 되어 박혔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어와 항상 부대끼며 산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 학교, 회사 그 어디에도 이메일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일상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든 활동의 매개가 말과 글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과 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어찌보면 지당한 일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가 말과 글을 그렇게 열심히 사용하는데도 일정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어수업을 듣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머리가 하얘져서 “Excuse me?”만 외치는 것은 언어가 단순히 오랫동안 접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말과 글, 그 중에 글을 잘 쓰려면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그것에 관하여 말하는 책이 바로 Thinking On Paper이다. 실은 나는 이 책이 “생각하는 기술”에 관한 책인 줄 알고 구매하였었는데, 알고보니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책장에 방치해놓고 있다가 최근에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원서임을 무릅쓰고 다시 꺼내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또 공감이 많이 갔다. 무엇인가를 훈련하다가 막히면 때로는 선각자의 조언에 귀기울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벽에 부딪혔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이 막연한 반복을, 목적을 가진 훈련으로 변모시키기 마련이다.

  이 책을 벌써 2번이나 보았다. 그만큼 유익했다. 가장 설득력 있어야 하는 에세이의 형식이 왜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책은 분명하게 설명했고, 앞으로 글을 쓸 때 저 형식을 따르진 않더라도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반드시 고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글의 근거 자료들을 찾고 평가하는 기술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논점을 자극적이고 강하게 해서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곤 했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것은 중요하지만, 자극적이고 강하게 논점을 만드는 것은 나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어키거나 지나친 과장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어가능한” 주장을 만들라고 한다. 여기서 “방어가능한” 주장이란 모호하지도 않고 과장되지도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 책은 문법에 관한 부분만 제외하면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세이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글 쓰는 절차, 문단의 구성 방식, 근거 자료의 선별과 평가에 이어, 사고 기술인 연역적/재귀적 추론까지 개괄하고 있다. 책의 두께와 내용의 무게를 달아 보았을때, 생활형 글쓰기와 생계형 글쓰기를 막론하고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일독은 해볼만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던 영화였다. 최근에 많이 감성적이어서 꼭 이 영화를 늦은 밤에 보고 들으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처럼 정말 늦은 밤에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몰입하지 못했었다. 여럿이서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날 나의 무드가 음악에 젖거나 스토리에 이입할 무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기대가 컸을 뿐 분명 좋은 영화였다. 이 감상문에는 스포일이 다소(?) 포함되어 있다.

내가 인상 깊게 본 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여주인공 그레타의 남자친구 데이브가 출장을 다녀온 후 선물해 준 곡을 듣다 말고 뜬금없는 기똥찬 싸다구를 날리는 그레타의 모습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날아간 그 싸다구는 여자의 직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선물해 준 사랑의 노래를 듣고 단 번에 다른 여자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아채는 감각이란. 비단 여자의 직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대상의 작은 변화들, 가령 눈썹의 묘한 움직임이라던가 음정의 불안정 같은 것들을 쉽게 캐치해 낼 것이다.

또 다른 장면은 헤어진 후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메세지콜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그토록 사랑했지만 한 순간에 바람이 나버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어떤 심경이었을지 어렴풋이나마 난 상상해 볼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만약 그레타였더라면 손쓸수가 없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허무해하며 한 동안 절망에 빠져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레타는 멋지게, 또 그녀답게 복수 아닌 복수를 했다. 아무래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욕을 퍼붓는 것도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킴으로써 문제를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진정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러기는 정말 힘든건가 보다. 그레타의 노래는 원망과 허망함을 노래할 뿐 그들의 추억까지 더러운 것들로 만들어버리진 않았는데, 그런 모습이 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그렇게 바보같이 그놈을 사랑했던 것 같다. "Like a Fool"이라는 음악의 제목처럼 말이다.


Like A Fool ( Begin Again OST )

계속 안타까운 장면만 이야기 했는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장면도 많았다. 그 중에는 당연 자신의 음반회사에서 쫓겨나 그레타를 프로듀싱하는 댄과 그레타, 그리고 열정과 꿈을 쫓아 모인 멤버들의 환상적인 잼들이다. 거의 모든 잼들이 멋진 곡과 연출, 감동을 수반했지만 그 잼들 중 최고는 댄의 딸 바이올렛까지 합류했던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라는 곡의 잼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바이올렛의 묵은 상처가 이 곡을 통해 완전히 치유된다.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은 마음에 야하게 옷을 입고 몰래 일렉기타를 연주하던 바이올렛이 옷을 고쳐 입고, 일렉기타를 들고 잼에 왔다. 곡의 중반까지는 빼면서 자리를 지키지만 녹음 도중에 모든 밴드 멤버들이 중요한 곡의 핵심 부분을 그녀를 위해 비워두자 끝내 못이기는 척 연주를 시작하는데 정말 환상적인 싱글이었다. 그 절정에 이버지 댄이 갑자기 베이스를 들고 딸 앞에 마주서며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추는데, 그 장면은 내 안에 있던 상처까지 녹아내리게 하는 것 같았다.


Tell Me If You Wanna Go Home(Begin Again OST)

이 외에도 언급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관계 회복을 원하는 데이브의 초대로 갔던 그의 콘서트 현장에서 끝내 인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그에게 실망하는 그레타, 댄이 깔아놓은 복선대로 끝내 명성을 버리지 못했던 데이브, 데이브와 그레타 둘 만의 음악이 대중 앞에서 대중화되어 불러졌을 때 퇴색되었던 특별함과 그것을 보고 슬퍼했던 그레타 같은 씁쓸했던 장면들과, 길거리의 소음과 떠드는 아이들마저 멋진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모습, 퍼블리셔의 어이 없는 요구 사항을 단방에 차고 나오는 그레타, 그렇게 고생해 만든 앨범을 단 돈 천원에 내놓는 쿨함을 보이는 댄과 그레타, 그리고 그게 또 성공으로 이어지는 장면들 모두 자연스럽고 감동이었다. 음악도 스토리도 메세지도 훌륭했다.


Lost Stars(Begin Again OST)

내가 느꼈던 이 영화의 메시지는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라"이다. 댄과 그레타는 메시지의 형상화이고, 바이올렛은 아니었다가 그렇게 변화한 사람이며, 데이브는 그렇지 못했던 사람이다. 데이브는 물론 성공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평생 타인의 시선에 묶여 살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되고 싶은 사람보다 타인이 좋아하는 모습의 사람이 될 것이고, 그게 데이브의 앞으로의 운명이다. 난 그걸 성공자라기 보단, 화려한 노예라고 하고 싶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Carl R. Rogers가 말했듯,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음악, 자신의 영화,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심이 아니고, 진심이 아닌건 예술이 아니다. 진정한 예술 속에서 사람들은 그저 그런 감동이 아닌 진정한 감동을 받는다. 마치 영화 첫 장면에 펍에서 그레타의 잔잔한 곡이 떠들어대는 관중들을 스치고 지나가 지하철로 뛰어들려 했던 한 천재 프로듀서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것처럼. 예술인의 마음은 그걸로도 충만하다.


A Step That You Can't Take Back (Begin Again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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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플립 ( Flipped ), 2010  (4) 2012.07.25

서문
몇 달 전 도서관에서 노트법에 관심이 많은 나의 시선을 훔친 책이 있다.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이라는 책이다. 비록 이 책은 "노트만 잘하면 천재가 된다"고 당차게 운을 땐 후 “노트가 전부는 아니더라” 라는 식의 용두사미 전개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나의 몇 가지 노트 습관을 개선해 주었다. 이 글은 그 이후 노트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노트의 역할
먼저 노트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겠다. 노트는 사고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먼저 효과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거기서 노트가 보조할 수 있는 사고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노트가 보조할 수 있는 사고의 영역엔 기억력과 집중력이 있다. 사람이 망각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망각하는 이유에는 소멸론과 간섭론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이는 차치하고 생각보다 망각의 주기가 짧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에빙하우스가 제시한 망각 곡선은 무작위적인 정보를 접한 일반인의 망각 주기를 나타내는데, 그 주기라는게 고작 10분이다. 10분이면 잊어먹는 것이다. 또한 기억은 상당한 정신력을 소모하게 하는데, 예를들어 누군가 무작위로 5개의 과일이름을 불러주고 노트 없이 순서대로 기억하라고 하면, 그것을 기억하는데 정신력을 쏟느라 다른 일을 허투로 하게 된다. 하지만 노트를 하면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다른 일에 정신력을 쏟을 수 있으며(집중력 향상), 필요할 땐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다(기억 보조).

사고의 두 단계
노트법에 앞서 사고 과정을 살펴 보자. 사고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반복적으로 질문하며 원하는 답을 찾는 단계, 그리고 거기서 얻은 것들을 재사용 가능하게 정보화하는 단계이다. 각 단계는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고 당연히 노트법도 다르다. 이제 각 단계의 특징을 정리하고 적합한 노트법을 설명하겠다.

첫 단계: 브레인스토밍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단계를 편의상 브레인스토밍 단계라고 하자. 브레인스토밍 단계는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의미있는 질문을 발견하고 거기서 또 생각을 확장한다. 여기서 노트의 역할은 기존의 질문과 답들을 보존해 새로운 질문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땐 언제든 기존의 질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상기해야 할 점은 노트는 어디까지나 생각의 보조도구라는 것이다. 노트가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정도가 기억과 집중의 이점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오히려 사고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노트가 사고를 돕기는 커녕 방해하진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 때의 노트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방사형식으로, 그리고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함축하는 “키워드”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개중 시각적 묘사가 필요하면 그림을, 이전 답들과 연관되는 부분은 선으로 연결을, 강조할 부분은 별표시나 문장으로 표현을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노트법의 핵심은 확장 가능하게, 자유롭게, 명확하게, 빠르게. 이를 만족하는 브레인스토밍의 대표적인 방법으론 토니 부잔이 대중화 시킨 마인드맵이 있다.

둘째 단계: 정리
고품질의 정보를 추출하는 단계는 짧게 정리 단계라 부르자. 이 단계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고급지식을 추려 후에 참고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나중을 위한 것이다. 여기서 정리된 것들은 지혜와 고품질의 정보가 되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할 때의 소스로 쓰인다. 정리 노트를 만들 때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제거, 반복되는 정보는 통합, 늘어진 질문들은 연관관계를 따져 수평/수직구조화 한 후, 가급적 선형으로, 그리고 문장으로 표현하여 정리하면 좋다.  선형과 문장은 방사형과 키워드의 조합과는 달리 의식적으로 질문을 닫고 추가 확장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리 노트는 가급적 전자 문서화 하는게 좋은데, 이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정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엔 고품질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개인 저장소)이 많이 나왔는데, 덕분에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개인화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무료인데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나도 노트에 특화된 에버노트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데 무척 좋다.

정리
이래저래 말 많았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열심히 생각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것. 열심히 생각할 때 노트를 잘 활용하면 "생각의 전개를 효과적으로 보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사고 과정으로부터 “고품질의 정보"를 남기면 나중에 다른 문제를 해결할 때 참고할 수도 있다. 노트의 전문가의 말처럼 천재는 노트법 때문에 천재가 아니고 그냥 날 때부터 천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포츠도 아닌데 굳이 천재적인 우사인볼트 같은 사람과 맨발로 경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당히 노트로 무장하고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