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공부에서 졸업 할 수 있을까?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마치고 수년간 일을 해도, 공부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예전만큼 공부에 대한 마음이 뜨겁진 않다. 꿈이 식은 탓일까. 그동안 습관처럼 이런 류의 자기개발 도서들을 동기부여 목적으로 읽어왔던 것 같다.이 녀석은 조금이라도 나를 변화시켜 주리라는 생각에. 하지만 이렇게 “때”를 기다리기에 삶은 너무 짧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동기부여는 내 스스로 변화를 결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이 크게 동기부여가 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공부에 있어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해 모두 다루었다. 밑에 내가 새롭게 배운 점들을 간단히 서술하겠지만, 주제별로 근대 뇌과학적/사회학적 연구에 근거한 새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단지 큰 주제들을 모두 조금씩 다루려다 보니 대략 500쪽에 육박함에도 종종 “충분히 깊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도움 되는 뇌과학적 지식 만으로도 책 한 권에 다 담기 어려운데 10개가 넘는 주제들을 한 권에 다루려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신 실용적이다. 요약하고 나니 다양한 주제들의 요점들을 뽑아 낼 수 있어 좋았다.


다음은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점들이다.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는데, 외재적 동기는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내재적 동기는 자율성에 기반한다. 조금이라도 선택권과 권한을 부여하면 자율성을 느끼며 내재적 동기가 살아난다. 반대로 선택권을 줄이고 권한을 빼앗으면 내재적 동기는 죽는다.하지만 내재적 동기를 완전히 잃어버렸을 때엔 멈춘 심장에 심장제세동기를 작동 시키듯 외재적 동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칭찬은 외재적 동기라고 한다. 과한 외재적 동기는 내재적 동기를 잃게 만들 수 있기에 칭찬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력엔 절대적인 시간의 투자가 필수다. 아이큐와 실력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한 분야의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보면 아이큐에 상관 없이 그들의 현 위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또한, 그 시간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현대 방법론을 적용하면 같은 시간에 몇 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긍정적인 상태는 인식의 확장의 양분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애써 무시하기 보단 직면하자. 스스로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명명하자. 슬프면 슬프다고, 정확히 무엇 때문에 슬프다고 말하고 용기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이 추스러든다.


훌륭한 효율을 내는 팀은 누구나 의견을 편하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구성원들이 높은 공감능력과 사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의식을 활용하자. 의식과 무의식은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무의식이 잘하는 일을 의식에게 맡기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무의식은 산책이나 악기연주, 샤워, 목욕, 잠 등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며 이 때 의식이 닿기 힘든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보들을 빠르게 처리하며 복잡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유산소 운동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주 4~5회,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잠은 나이에 맞게 자는데 성인의 경우 7~9시간을 자는 것을 추천한다. 잠을 자면 무의식도 활동하고 학습에 필요한 능력도 재생된다. 추천시간에 맞추어 자기 힘들다면 중간에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낮잠은 기상 후 7~8시간 후에, 30분이 넘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커피도 하루 2잔 정도는 피로감을 줄이고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을 가꾸는 것이다. 물리적 혹은 인지적 알람을 활용해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웹서핑은 사용시 많은 인지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공부 할 때와 휴식 할 때 모두 안하는 것이 좋다.


창의성은 풍부한 재료와 그들의 연결에서 나온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을 축적하며 재료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재료를 쌓는 방법에는 이질적인 취미, 해외여행, 다양한 사람 만나기, 독서가 있다.


깊이는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공부에 관해 잘 정리된 책이다. 유익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는 이 책의 두께에 비례하는 엄청난 양의 레퍼런스들이 존재해서 본인의 관심사에 맞춰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끝으로, 고영성 작가님의 센디에고 순례길 신혼여행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00km 의 긴 길을 낯선 여행자들과 함께 30여 일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꼭 한 번 해 보아야겠다.


   스물 두 살 때 처음 손정의를 만났다. 당시 아버지께서 “일본 재일 부자 손정의”라는 책을 권해주셨고 난 순식간에 그에게 빠져들었다. 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에겐 내게 없는 것들이 있었다. 첫 째로 용기와 배포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떠날정도로 용감했다. 둘 째로 절실함이었다. 그에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삶의 사명이 있었고 죽을병도 그를 꺾지 못했다. 셋 째로 통찰과 결단력이었다. 그는 이것으로 그의 사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왠만한 인물들은 그래도 따라할 엄두가 났지만, 그는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라는 말이 나왔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날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근에 다니기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우연히 “손정의”가 나왔다. 우린 경외감에 가득차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손정의에 관한 모임을 따로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손정의에 관한 또 다른 책, “손정의 :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를 만난 것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느낀점은 손정의 처럼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이었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손정의의 이야기를 생각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난 내 생각의 어디가 그와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손정의는 멀리 보았고, 남다르게 큰 뜻이 있었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세 가지 생각이 손정의와 나의 가장 큰 “다른 생각들”이었다.

   손정의는 10년, 20년, 30년 후를 내다 보며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결코 눈 앞 몇 푼의 손익에 눈이 멀지 않는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은 10년 후에 성공한다. 그가 준비하는 사업은 최소 5년, 10년, 30년을 가는 아이템이다. 인터넷 기업을 세울 때에도, 야후 재팬을 인수할 때도, 아이폰을 들여올 때도, 알리바바에 투자할 때에도 그의 노련하고 장기적인 시각이 빛을 발했다. 그는 어떤 유혹이 와도 오래 가는 가치를 추구하려고 했다.

   또한, 손정의에겐 자신을 넘어선 뜻이 있었다. 그래서 손정의는 10대에 미국으로 홀홀단신 떠날 수 있었고, 젊은 날 질병으로 인한 사형선고를 이겨낼 수 있었고, 철옹성 같은 대기업의 독점에 용기있게 맞서 이길 수 있었다. 그의 뜻은 질병도 대기업도 두려움도 꺾을 수 없는 생생하고 절실하고 커다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의 최대의 꿈을 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도”와 “최대”이다. 그의 꿈은 자신과 자신의 상황과 시대의 흐름 안에 있지, 따로 놀지 않았다. 즉,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꿈이 작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한도 내에서 최대의 방향을 정했다. 최대의 방향은 최대의 노력을 필요로 했고, 그는 최대로 노력을 했고, 최대의 노력은 그의 한도마저 늘려버렸다. 한도가 늘어가며 그의 꿈도 커져갔다. 그렇게 커져가던 꿈은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300년 앞까지 내다 보는, 소프트뱅크가 되었다. 그의 소프트뱅크와 “할 수 있다”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지난 주에 운전면허 시험 중 마지막 관문인 도로주행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장내 코스에서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이나 타운전자, 그리고 그들의 돌발행동이 발생하지 않아 습득한 대로 잘 할 수 있었지만, 장외도로에서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백짓장처럼 새하얘졌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에게 리마인드해야 했다, 그것이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크런치 밟고 브레이크 밟아서 정지… 오르막길에서는 반크런치 상태에서 브레이크 떼고 엑셀 밟으면서 조금더 크런치를 놓아준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실의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함이 우리 머리를 백짓장처럼 하얗게 만들 때마다, 우린 스스로에게 리마인드 해주어야 한다, “멀리 보고, 큰 뜻을 갖고, 할 수 있다 믿고, 최대로 노력하라”고. 비록 중복되고 비슷한 말을 반복해 집중력을 조금 흐리지만, 손정의의 본질을 이루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 책이다.

3.7점 / 5.0점

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국내도서
저자 : 이상민
출판 : 팬덤북스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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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제인 맥고니걸 교수를 만난 곳은 책이 아닌 TED다. 자극을 받고 싶거나, 애매한 10~ 20분 정도의 텀이 있을 때 찾던 TED에서,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강연의 제목은 “당신의 수명을 10년 연장시켜줄 게임”으로, 게임의 순기능을 외치며 자연스래 내 클릭을 유도했다. 20분간 점심식사를 하며 감상하였다. 강연을 보며 내가 받은 느낀 점은 안도감과 설래임이었다. 가장 먼저 이 길을 나혼자 걷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또 이런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상상을 하니 설래였다. 이것이 대략 2년전 이야기이다. 지난 2년 동안 회사에서 맹목적으로 일을 하며 내 삶의 의욕과 의미를 많이 잊고 살았다. 삶의 뜻도 목표도 막연해져 갔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살다 보니 어느덧 대학교 복학을 한 달 앞두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게임에 대한 회의감, 진로에 대한 걱정, 사그라든 열정, 모든 부분을 타협하는 자세 등. 이 길에 진정 내 사명이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결단 내려야 했다.

   그러다 그녀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의 제목은 “누구나 게임을 한다.” 제목이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어 보았다. 확실히 그녀는 선구자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만한 포부와 실력이 있었다. 그녀를 통해 게임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일정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 분야와 관련된 용어와 발전 정도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은 초기지만 이 분야는 분명 발전하고 있었다. 유저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힘을 “게임”은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낭비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우리 게임 개발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일한다(임무 수행). 반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반강제적이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수행된다. 맥고니걸 교수는 때로는 같은 일을 두고도 왜 게임에서는 자발적인 일이 되고, 현실에서는 하기 싫은 노동이 되는지를 대조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하기 싫은 노동을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녀의 노력들을 보여준다. 그동안 게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비추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게임을 생각하면 폐인처럼 학업을 뒤로하고 피씨방에서 밤새 롤(LOL)을 하는 학생이나 캡을 깊게 눌러쓰고 몰래 빠져나온 구질구질해 보이는 아저씨가 피씨방에서 담배를 뻐끔거리며 고스톱을 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게임의 모습이 아니다. 게임은 현실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숨어 있다. 그것도 즐겁게!

   게임은 강력한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즐기게 하고, 소속한 팀에 기여를 이끌어 내고, 그러면서도 내적 보상만으로 만족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애매한 외적 보상체계, 비효율적인 인사고과, 일균화된 교육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자발성을 헤치고 있다. 이제 게임을 다시 조명해야 할 때다. 우리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게임의 본질을 연구하여 요소를 곳곳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좋은 습관중 하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편견 없이 접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나나 제인 맥고니걸 교수처럼 게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꿈꾸는 개발자라면 당연 일독을 권하고싶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정리하고 영감을 얻는 차원에서 말이다. 아, 나중에 찾아봤는데 원제는 “Reality Is Broken”이다. "현실은 고장났다." 이제 게임으로 그 현실을 즐겁게 고쳐보자.

누구나 게임을 한다
국내도서
저자 :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 / 김고명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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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대학에 제출할 자기 소개서를 첨삭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스토리를 짜서 배치하고 작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읽고 수정하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제출하였다. 나는 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나를 칭찬해주면 어쩌나, 그랬을 경우 어떤 세레모니를 취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선생님 입에서 나온 사람의 이름은 내가 아닌다른 친구였다. 겸연쩍게 웃는 그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아마 이 때 부터였던것 같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시기가 말이다. 그 친구는 저녁때 까지 실컷 놀다가 한 두 시간 만에 일기 쓰듯이 주르륵 써서 냈다. 그리고 난 그 친구가 글을 쓰는 것을 이전에 본적이 없었다.

  나면서부터 타고난 감수성이나 어려서부터 글쓰기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던 친구들에겐 분명 앞선 출발선이 존재한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친구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미 어렸을 적에 글과 말에 대한 감각이 형성 되면 굳이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읽기 편하고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그런 것을 얻을 수 없었다고 해서 글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마음 한켠이 아프다. 실제로 그런 글을 써서 뭇매를 맞았던 기자가 있다. “당신이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인데, 제목만 봐도 열심히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작가 지망생들의 마음에 어떤 비수가 되어 박혔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어와 항상 부대끼며 산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 학교, 회사 그 어디에도 이메일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일상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든 활동의 매개가 말과 글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과 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어찌보면 지당한 일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가 말과 글을 그렇게 열심히 사용하는데도 일정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어수업을 듣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머리가 하얘져서 “Excuse me?”만 외치는 것은 언어가 단순히 오랫동안 접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말과 글, 그 중에 글을 잘 쓰려면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그것에 관하여 말하는 책이 바로 Thinking On Paper이다. 실은 나는 이 책이 “생각하는 기술”에 관한 책인 줄 알고 구매하였었는데, 알고보니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책장에 방치해놓고 있다가 최근에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원서임을 무릅쓰고 다시 꺼내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또 공감이 많이 갔다. 무엇인가를 훈련하다가 막히면 때로는 선각자의 조언에 귀기울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벽에 부딪혔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이 막연한 반복을, 목적을 가진 훈련으로 변모시키기 마련이다.

  이 책을 벌써 2번이나 보았다. 그만큼 유익했다. 가장 설득력 있어야 하는 에세이의 형식이 왜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책은 분명하게 설명했고, 앞으로 글을 쓸 때 저 형식을 따르진 않더라도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반드시 고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글의 근거 자료들을 찾고 평가하는 기술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논점을 자극적이고 강하게 해서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곤 했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것은 중요하지만, 자극적이고 강하게 논점을 만드는 것은 나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어키거나 지나친 과장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어가능한” 주장을 만들라고 한다. 여기서 “방어가능한” 주장이란 모호하지도 않고 과장되지도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 책은 문법에 관한 부분만 제외하면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세이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글 쓰는 절차, 문단의 구성 방식, 근거 자료의 선별과 평가에 이어, 사고 기술인 연역적/재귀적 추론까지 개괄하고 있다. 책의 두께와 내용의 무게를 달아 보았을때, 생활형 글쓰기와 생계형 글쓰기를 막론하고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일독은 해볼만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다. 책은 간간이 한 권씩 읽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보니 밑줄이나 메모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다 읽고 나면 초서할 내용을 다시 읽으면서 찾아내야 했다. 이 책도 금방 읽고 초서하다가 열뻗쳐서 포기했다. 대신에 페이지를 스르륵 훑으면서 주요 내용을 A4용지 두 장에 요약해 보았다. 이렇게 하고 나니 초서는 책을 요약하는데 쓰는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앞으론 기억해야 할 아포리즘들은 "초서", 핵심 내용은 "요약", 느낀점은 "독후감". 이런 식으로 한 번 정리해 보아야겠다.

   화술에 대한 책은 보통 한 번 읽고 책장을 장식하는 장식품이 되곤 했다.( 예: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는 유쾌한 대화법1 ) 하지만 이 책은 독서 후 Yeas24에서 바로 주문버튼을 클릭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기존의 책들은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한다 등 원칙들을 주르륵 나열하고는 추상적인 성공한 케이스들만을 나열하곤 했다. 보고나면 나도 이제 원칙들을 지켜 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기대에 부풀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가 어떤건지는 감이 안온다. 이 책의 다른 점은 마찬가지로 원칙을 제시하지만,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소수개를 만들고, 그 상황에서 잘 한 대답과 잘 하지 못한 대답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각 대답들을 문장단위로 분석하여 왜 좋은 대답이 좋은 좋고 끔찍한 대답이 끔찍한지 말해준다. 사례 속에 배려가 있고 효과적인 말에 숨어있는 원칙이 보였다.

   대화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별로 정리가 되어 있던 것도 좋았다. 챕터가 아해 회의, 비판, 칭찬, 잡담, 엘리베이터 피치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회의가 있기 전 날 이 책의 회의 챕터를 펼치고 주요 내용들을 스캔하고 준비하면 좋게 되어 있다. 칭찬이나 비판도 마찬가지이다. 내용도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주요 사항들이 전달되기 때문에 재밋고, 지루하지 않고, 보는 듯이 생생하다. 전 챕터가!

   책을 덮어갈 때 쯔음 놀랐던 것도 있는데 책 전체에 작가가 주장하는 원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던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림그리는 듯한 화법과 세 가지 사물과 세 가지 행동의 원칙 등을 작가는 책 전체에 걸쳐 적용하고 있었다. 챕터의 내용을 풀어갈 때도 상대의 진정성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먼저 직접적으로 의견 표현한 후 타당하고 성실하게 근거들( 그림 그리듯 생생한 표현과 성실한 구체성으로 가득한 사례들)을 제시하였다. 좋은 대화의 사례로써 이 책을 공부 해도 손실이 없을 정도다.

   소수의 핵심 원칙과, 원칙의 상황별 적용 예시, 그것도 구체적으로 분석된 예시들은 상황별로 필요할 때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남은 건 실천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겠다. 그림그리듯이 말하기. 지금부터 연습해야겠다!


디테일 토킹
국내도서
저자 : 마크 위스컵 / 안진환역
출판 : 다산라이프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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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 커버를 보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의 책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번, 제목에 이끌려 한 번 총 두 번 시선을 고정하였고, 별 고민 없이 선택한 책이다. 지난 주 일요일에 빌려 오늘에서야 다 읽었는데, 처음 다 읽은 시점까지만 해도 책에 대한 실망이 어마어마 했었다. 지루하고, 중구난방적이고, 뻔한 내용을 책이 서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인지 중간에 몇 번이나 그만 읽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대로 책을 덮는게 포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해 끝까지 읽었고 역시 후회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독후감을 쓰려고 하니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목차에서 보고 그 부분을 빠르게 훑었다. 왠일인지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영감과 새로운 사실들이 눈에 띄었다. 결국 난 처음부터 다시 속독을 하였다. 그리고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달라졌다.

   이 책은 "본질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있게 설명하며 시작한다. 본질주의란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또 거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본질주의에 대해서 길게 운을 땐 이유는 이 책의 주제인 기쁨 혹은 쾌락이라는 것이 이 본질주의와 매우 깊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쾌락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쾌락이 어떻게 오는지 그 본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먼저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은 먹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고, 우리는 그 이유가 동물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음식이 맛이 없다면 우린 모두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뻔한 사실을 글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 저자는 먹는 것의 쾌락 중 독특한 부분에 집중을 하며 먹는 쾌락의 본질로 접근한다. 식인을 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은 왜일까?( 마이베스 사건 )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여기서 논란이 컸던 와인 연구나 기타 사례를 제시하며 인간이 진정 먹는 것으로부터 얻는 쾌락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는다.

   다음엔 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시 성적 쾌락이 발달한 이유에 대한 것은 너무 식상하다. 저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 왜 남자가 처녀를 원하는지, 남자보다 여자가 힘이 세고 덩치가 큰 이유는 무엇인지( 부모 투자 이론, 공작새의 꼬리 ), 또 둘의 성격 차이와 성적 전략이 왜 다른지( 남자는 바람끼가 있고 여자는 왜 배우자를 고르는 데 까다로운지 등 )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을 소개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왜 근친상간이 금지되었고 남매간에는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주어서 유익했다( 근친퇴화. )

   또 다른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예술로부터 얻어지는 쾌락에 관한 것이다. 인간에게 창조욕이 있다고 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왜 창조욕이 생겼을까에 대한 고민은 해보지 않았었다. 왜일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창조는 암컷의 환심을 얻으려는 노력에서 진화된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공작새의 꼬리와 피카소의 그림은 일맥상통한다. 공작새의 꼬리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정원사새이다.

   다음으로 허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인간은 책, 영화, 소설, 이야기, 상상에 심취하고 거기서 쾌락을 느낀다. 왜 우리는 허구에서 쾌감을 느끼게 된 걸까.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허구의 안전성, 그 안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상 학습, 또 허구의 극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로 인한 감각의 극대화, 그 허구를 구성한 사람의 지혜나 재치를 깨닫는 것이 쾌감의 본질이라 얘기한다. 이러한 것들은 다수의 사람들이 게임이나 소설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게임 개발자로써 많이 유익한 책이었다. 지적으로도 많은 호기심을 해결해 주었다. 처음 읽고 리뷰 안쓰고 갖다 주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문체가 좀 어려운지 정신이 산만했는지 두 번 째 읽을 때에서야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파악이 된다. 그리고 꽤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쾌락, 기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괜찮은 사례와 주장을 제시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1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 책에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 요한 호이징가의 저서 호모 루덴스의 영향도 적잔히 받은 것 같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국내도서
저자 : 폴 블룸(Paul Bloom) / 문희경역
출판 : 살림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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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세상을 떠들게 했던 고인 이은주씨. 그 때 주홍 글씨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보고 호기심 가득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렸던 나에게 고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으스스하기도 했고 청소년 관람 불가이기도 해서 그냥 마음만 안타까워 하며 지나간 기억이 있다. 그렇게 수 년이 지나고 어느 사이트에선가, 주홍 글씨라는 영화의 제목이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라는 식의 네티즌의 댓글을 보았다. 아마 그 때였던 것 같다, 내 머릿속 어딘가 깊숙히 주홍 글자가 새겨진 때가. 지난 주 도서관에서 세계 문학 전집을 훑어내리다 내 눈은 주홍 글자에 그대로 꽂혀 버렸다. 그리고 그 때의 호기심이 그 책을 뽑아들었다. 상당한 두깨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화두는 바람이다. 한 여인이 바람을 피었다. 그것도 나이 지긋히 든 남편을 버리고 젊고 잘생기고 능력있는 목사님을 유혹해서 바람을 폈다. 불행히도 이 여인에게 아이가 생겼고 동네에 부정한 여자로 소문이 퍼진다. 엄격한 청교도의 마을에서 그런 소문이 돌면 그 사람의 인생은 끝난 것이다. 그녀에게는 여자로써 받을 수 있는 최악의 형벌이자 치욕이 내려졌다. 그게 바로 그녀의 가슴에 수놓아진 치욕의 징표, 간음(Adultery)을 상징하는 주홍색 글자, 'A'이다. 그녀는 그 글자를 달고, 온 마을 사람들이 바라보는 공개 처형대에서 수모를 당했고, 그리고 그 수모를 평생동안 가슴에 지닌 채 살아가야 했다. 이 책은 그냥 그런, 바람핀 여인이 치르는 죗값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나의 이마에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고, 이를 평생동안 드러내놓고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들을 일단 의심하고 볼 것이다. 나중에 자기들끼리 모이면 뒤에서 수군대면서 어제 무슨 말을 하던데 다 뻥인것 같더라는 식의 이야기도 할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도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내 이마의 낙인을 보고 나면 행여나 자신에게 사기를 치려는 것은 아닌지 말씨 하나 하나를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들을 것이다. 그렇게 의심에 사로 잡혀 열심히 듣기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 자신을 속이는지에만 집중하다가, 자신마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거나 이런 사람과 대화하는 모습을 행여나 남들이 볼까 싶어 어서 자리를 뜨고 말 것이다. 낙인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나에 대한 편견. 사실 굳이 이마가 아니어도 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쉽게 보이지 않는 낙인을 찍는다. 이 사람은 좀 당당하지 못하고 말 솜씨가 없는 것 같다는 둥, 이 사람은 같이 있으면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둥. 그렇게 자신만의 낙인을 찍어 놓고, 그 사람을 대할 땐 어김없이 그 낙인을 바라보며 편견에 휩싸인 태도로 그 사람을 대한다.

   이 소설에서는 두 명의 서로 다른 낙인이 찍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사람은 같은 죄를 함께 지었지만 서로 다른 상황속에 처한다. 한 사람은 헤스터 프린으로, 위에서 말한 바람핀 여자이다. 이 사람은 가슴팍에 간음을 상징하는 글자 'A'를 새긴 채 평생을 살아가야 했다. 다른 한 사람은 바람의 대상이 된 딤스데일 목사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신성하고 능력있고 잘생기고 수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목사님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던 헤스터 프린의 간음의 대상이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헤스터 프린과 목사 그 자신 말고는. 이 사람이 찍힌 낙인은 수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 멋진 사람, 성공한 사람, 성자, 목사님 이다. 좋은 낙인 아닌가 싶지만, 그 모습이 자신의 실재 모습과 괴리가 있을 때 이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죄인이고, 위선자고 비겁자라고 외치고 싶지만 결국 그런 타인의 기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중적인 모습으로 여생을 살아갈 때 나타나는 증상이 어떤지는 이 소설의 끝에 나타나는 딤스데일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낙인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냥 견디는 것,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과 낙인에 굴복하지 말고 나만이 사색하고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굳건히 꿋꿋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 헤스터 프린이 그랬다. 그 주홍색의 한 글자 'A'는 헤스터 프린을 철저히 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경멸의 눈초리로 "너는 인간 쓰레기야" "창녀같으니" "더러운 것" 같은 낙인을 그녀의 가슴의 글자 'A'  위에 수도 없이 덧박았고, 그 누구도 그런 그녀와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굴복하지 않았다. 어떠한 낙인이 그녀를 뒤덮어도 그녀의 자기 표현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그녀는 말 없이 행동으로 그녀 자신을 표현했다. 선행하고 베풀고 나누고 봉사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7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녀를 뒤덮었던 낙인, 간음(Adultery)한 죄인을 상징하는 그 낙인 'A'가 점차 능력(Able)을 상징하는 'A'가 되었고, 나중엔 천사(Angel)를 상징하는 'A'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시선에 굴복하지 않았다. 되려 그 강력한 낙인의 의미를 변화시켰다.

   나는 두 번째 문단에서 이 책의 화두가 바람이라고 하였다. 뜬금없지만 사실 농담이었다. 바람이 화두라기엔 낯뜨거운 씬이라도 기대하는 독자에게 어떠한 것 하나 만족 시켜 주는 부분이 없을 것이다. 난 이 책이 진정으로 던지는 화두는 타인의 시선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관한 것이라 생각된다. 서로 다른 낙인을 극복해 낸 헤스터와 딤스데일의 삶. 특히 소설 말미에 타인의 시선과 낙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위선적이고도 이중적으로 살아온 7년간의 삶보다 다시 헤스터를 만난 후 죽음 까지의 진정 나일 수 있었던 단 3일간의 시간이 더 행복했다는 딤스데일의 말은 바로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돌멩이이고,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사색의 물결로 오랜 여운을 남겼다.


주홍 글자
국내도서
저자 :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 김지원,한혜경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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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은 방황중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사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잊어버렸다. 그런데 마음이 잊으니 삶에 원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머리로는 해야겠다 해야겠다 했지만 도통 실천이 되질 않는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중, 솔로가 되어 텅텅 빈 주말을 도서관에서 홀로 헤매다 차분한 파란색 커버와 제목으로 방황중인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 머리는 거부했지만 마음이 덥썩 집어버린 책, 방황의 기술이다.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이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두리뭉실하고 막연한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절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방황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책이 아닌, 방황을 장려하고 시작하게 하려는 책인 탓이다. 하지만 두리뭉실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나를 더 설래고 기대하게 한다. 절대 아무렇게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세상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이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술술 대답해 줄 수 있다.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며 내 가슴 조차 뜨거워진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인데, 나는 어떤 고민을 멈출 수 없었던 걸까. 바로 왜 그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질문들을 던져 자연스럽게 방황을 시작하게끔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그 질문들에 대해 답할 때 필요한 것들(용기, 편견 버리기, 이분법적 사고, 열린 마음), 답을 내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실천의 중요성, 끊임 없는 사색)에 대해서 말한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겐 용기와 끊임 없는 사색이 부족했다. 이는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방황이 시작되면 불안에 떨며 어서 그 상황이 끝나길 기대하지만, 사실 방황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길을 잃어버림으로써 약간의 시간이 지연될 순 있어도, 이로 인해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무한한 인접가능성이 열린다. 헤매고 넘어지고 긁히고 다치면서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며, 한 곳만 보고 달리며 놓쳤던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게 될 수 있다. 결국 방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당연 나에겐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을을 탐구하는 과정"이고, 이는 좋냐 나쁘냐를 떠나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다.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인간에게 방황은 선택 아닌 필수다. 이런 방황을 여행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삶이 죽음이라는 일상 속에 주어진 세상과 나라는 존재로의 특별하고도 단 한번 뿐인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여행처럼 우린 다시 일상(죽음)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런 체험의 기회를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던지기엔 너무 아깝다. 이제 그만 불안감을 덜어내고, 이 책을 청바지 뒷짐에 꽂고(하드커버라 힘들겠지만) 용기와 열린 마음으로 방황을 시작하자. 아니 여행을 시작하자. 두려움과 불안 대신 설렘과 기대를 안고.


방황의 기술
국내도서
저자 : 레베카 라인하르트(Rebekka Reinhard) / 장혜경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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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6 15:21

    비밀댓글입니다

    • hanstar17 2013.09.11 21:13 신고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앞으로도 좋은 인연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는 날 좋은 추석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동안 건강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려왔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1일 1식. 클린이라는 책을 통해 이미 단식의 의미화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였으나, 리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 시점에 다른 책을 빌려 보기로 했다. 둘의 핵심은 비슷하다. 바로 제독 몸의 회복이다. 여기에는 1일 1식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들을 추려서 담았다.

   최근에 발견된 중요한 유전자가 있다. 장수를 담당하는 유전자로 이름은 시르투인(Sirtuin)이다. 이 유전자는 50조개에 달하는 세포들을 모두 스캔하여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유전자로는 검약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먹은 것들을 지방으로 바꾸어 효과적으로 체내에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이 두 생명력 유전자가 활성화가 된다면, 우리의 몸은 회복되고, 치유되고, 보기 좋아질 것이다.

   이런 유전자들이 있음에도 우리의 몸이 아프고 병들고 빠르게 노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러한 유전자들이 "위기 상황"에만 발현되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이 처해야 생명력이 빛을 발하고 몸의 구석구석이 살기 위해 활성화 되는데, 우리의 몸은 항상 배부르고, 따듯하고, 시원하기만 하다. 몸의 구석구석이 들어오는 음식물을 처리하느라 바쁘고, 앉아서 쉬는데 지쳐버린다. 바로 여기에 1일 1식의 본질이 있다.

   1일 1식의 핵심은 우리의 몸을 적당한 "배고픔"과 "추위", "스트레스"에 노출시켜서 생명력이 생동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1일 1식을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몸이 처하면 좋은 점은 비단 건강 뿐만 아니라, 우리의 두뇌는 활발히 활동하며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생성해낸다. 그렇다면 1일 1식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아보자.

   아침은 절대 먹지 않는다. 물도 가능하면 마시지 않는다. 배고프거나 목마를 경우, 약간의 물이나 소량의 과일 정도는 괜찮다. 공복을 유지해야만 위에서 말한 생명력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차와 커피도 가능한 피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둘 안에는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독성이 우리의 부교감 신경을 건드려 두뇌를 흥분하게 하고, 이는 곧 정상적인 두뇌의 활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카페인을 섭취하면 잠이 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차를 마셔야겠다면 보리차와 우엉차를 권한다.

   그 이후에 점심도 굶는다. 단 너무 배고플 경우, 소량의 우유나 삶은 달걀 같은 완전식품, 혹은 삶은 고구마, 감자 등의 전분류 음식들을 섭취하도록 한다. 쿠키도 괜찮은데,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쿠키는 안된다. 달지 않은 통밀 쿠키가 좋다. 그래도 왠만하면 참는게 좋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우리의 생명력 유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좀 나을것이다.

   실제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아보자. 꼬르륵 소리가 나는 이유는 소장에서 분비하는 모틸린 호르몬이 위를 수축시켜 남아있을지 모르는 음식물을 소장으로 보내려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음식물이 없다면, 회춘 호르몬이라 불리는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몸의 각 부분을 젊게 해준다. 위에서 말했던 시르투인 호르몬이 분비되어 체내 세포들이 회복된다. 그리고 체내지방이 연소되며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혈관 내부를 청소한다. 꼬르륵 소리가 이제 반가워야 하지 않을까?

   지방엔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이 있다. 피하 지방은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것으로, 일부는 에너지원으로 쓰이나 주로 단열(몸을 따듯하게 하는 것)을 위해 쓰인다. 내장 지방은 굶주림이 닥쳤을 때 연소하여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축적되는 지방으로, 1g이 9kcal의 효율을 낸다. 하지만 내장 지방이 연소되면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그을음이 생기는데 이 그을음이 많이 생기면 몸에 치명적이다. 공복인 상태에서는 아디포넥틴이 분비되어 이 사이토카인을 상충시켜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몸에 해를 주게 된다.

   이렇게 저녁시간이 되면, 행복한 식사시간이다. 식사는 저녁 단 한번 뿐이기 때문에 즐겁게, 맛있게, 그리고 하루의 영양을 고려한 풍족한 식단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고기보다는 생선이 좋다. 인간도 물고기에서부터 진화했기 때문에 생선과 인간의 성분은 비슷하다. 그래서 생선 한 마리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분이 들어있다. 가능하면 하루에 한마리를,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저자 나구모씨는 이렇게 말한다. 껍질째, 머리째, 뼈째, 하루에 한마리. 가능하면 청어(고등어, 꽁치)를 먹어 EPA와 DHA를 섭취한다.

   야채와 채소를 많이 먹는다. 먹을 땐 역시 마찬가지로 잎째, 껍질째, 뿌리째 먹는다. 그 이유는 생선과 같다. 생명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곡물에도 적용된다. 곡물은 도정하지 않은 것을 먹도록 한다.

   완제품이라 불리는 계란과 우유의 섭취도 중요하다. 계란과 우유엔 하나의 생명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이 다 들어 있다.

   고기는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고기엔 콜레스테롤이 굉장히 많은데, 이는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게 하며, 성호르몬의 원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다 복용시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며,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성인병을 초래한다. 미국의 일부 단체는 고기의 섭취를 1주에 1회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탕의 섭취를 줄인다. 설탕은 노화를 촉진시키며, 수명을 단축시킨다. 나구모씨는 당뇨병을 병이 아닌, 살을 찌지 않게 하기 위한 몸의 방어 기제로 본다. 먼저 살이 찌지 않도록 지방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주는 췌장의 B 세포를 파괴하고, 그 이후엔 더이상 사냥을 하지 못하도록 눈을 퇴화시키고, 다음엔 신장을, 다음엔 다리를 썩게 만든다. 지나친 당 섭취는 이렇게 몸의 방어기제가 잘못 작동하도록 만든다. 정 단 것이 먹고 싶다면, 설탕 말고 옥수수, 고구마 등의 전분음식을 먹자.

   염분의 하루 권장량은 5g이다. 그 이상을 먹게 되면 혈액의 침투압이 상승하고, 따라서 몸의 다른 부분에서 수분을 흡수하며, 이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압에 의해 혈관이 손상된다. 이러한 손상 부위에 딱지가 얹는데 이것이 동맥경화이다. 이 동맥경화는 다시 흐름을 방해하고, 흐름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 심장은 혈압을 상승 시킨다. 이는 다시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염분을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칼슘을 섭취하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중력으로 뼈에 계속 부하를 준다면 뼈는 자동적으로 튼튼해 질 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칼슘섭취를 충분히 해도 지구로 돌아와서 골다공증에 걸리는 이유도 설명된다.

   마지막으로 수면이다. 저녁을 먹었으면 바로 자라. 잘 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오후 10시~ 새벽 2시(4시간)이다. 이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새벽에 가까워질 수록 뇌가 깨어나면서 REM수면으로 바뀌는데, 이 때에는 뇌가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오직 저 4시간이 뇌가 충분히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 성장호르몬은 자면서도 근육을 단련해주고, 멜라닌을 흡수하여 피부를 더 아름답게 해준다.

   일어나서 가급적 햇빛을 쐬면 좋은데, 그 이유는 몸에서 햇빛을 행복 비타민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으로 바꾸어주기 때문이다. 이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변환되는데 이는 졸음을 유도한다.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 충분한 햇볓을 쬐면 밤이 되었을 때 멜라토닌에 의해 졸음이 유도돼어 일찍 잠들고, 이는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선순환을 이룬다.

   몸을 따듯하게 하는 것 보다는 차갑게 하는 것이 좋다. 몸이 차가워야 내장지방이 연소되며 몸이 따뜻해진다. 따라서 냉증이 있다면 오히려 추위로 내모는 것이 몸을 따듯하게 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동상에 취약한 손과 발은 따듯하게 하는 것이 좋다.

   공복, 완전식품, 그리고 숙면. 이 세가지가 1일 1식의 핵심이다.


1일1식
국내도서
저자 : 나구모 요시노리 / 양영철역
출판 : 위즈덤스타일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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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면 그 원인이 궁금하다. 하지만 만약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어떨까. 1. 이내 그냥 억지로 납득해 버리거나, 2.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무대의 뒤를 상상할 것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은 그 것을 직접 케내어 증명할 것이다. 어쨋거나,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불투명성을 만나면 각종 음모론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그 것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다양한 기술과 책략으로 덮으려고 한다면, 그런 음모론은 물 만난 물감처럼 더 빠르고 진하게 퍼져나간다.

   우리는 자유를 열망하고 권력은 그 바탕이다. 사람이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권력에는 내적/외적 2종류가 있는데, 내적 권력은 자신을 자유 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고, 외적 권력은 외적 요인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책은 하나의 음모론이다. 납득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현실에 대한 음모론이다. 누구를 음모할까. 바로 외적 권력을 극단으로까지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쑹홍빙은 이 시대 최대의 부자라고 불리는 빌게이츠, 워렌 버핏보다 몇 백 배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일반인에겐 생소한 이름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 미국의 남북 전쟁의 배후에는 그들의 이익이 깊게 관여되어 있다. 심지어 암살된 미국의 대통령들의 배후도 그들이었다. 그들이 꼭두각시 역할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아서 암살했다는 것이다

   돈의 역사를 알면 세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공감한다. 돈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이고, 외적이든 내적이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세상의 흐름을 주도한다. 외적 권력은 강제하고 내적 권력은 자율적으로 따르게 되는 차이랄까, 어쨌든 그들을 중심으로 세계가 흐른다.

   하지만 외적 권력은 외적 요인을 힘으로 강제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잔인했다. 전쟁을 일으키고, 죄없는 국민을 위한 대통령들을 암살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피땀흘려 저축한 돈을 단숨에 약탈해 가고, 그러고도 더 큰 돈과 권력을 가져다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일까.

   외적 권력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쳇바퀴를 굴리다 보면 눈덩이 처럼 커져 언제부턴가 더이상 컨트롤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잘 굴려 왔다. 후손에 후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절대 권력에까지 도달하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럴 힘이 있다. 이는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 그 안엔 우리가 보지 못한 통찰과 식견이 담겨 있다. 난 이 책의 내용을 거의 기정 사실이라고 본다. 대통령 암살, FTA, IMF, 기라성처럼 많아진 각종 보험과 관련 회사들, 요즘 특히 많이 보이는 금융업계에 대한 경고와 위기를 알리려는 책들, 50%를 육박하는 미국/영국등의 국가의 채무 등이 이 책의 음모를 탄탄히 뒷받침해 준다.

   물론 내가 현실을 올바로 보고 있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현상을 이렇게 잘 설명해주는 이론을 보지 못했다. 현상에 대한 대비는 분명히 필요하다. 이 책은 최악을 말하고 있지만, 최악을 대비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내가 이렇게 몰입감있고 쉽게 경제에 대한 음모론을 읽었다는 것이 놀랍다. 왠만한 소설보다 재미있게 읽었으니 말이다.


화폐전쟁
국내도서
저자 : 쑹훙빙 / 차혜정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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