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대학에 제출할 자기 소개서를 첨삭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스토리를 짜서 배치하고 작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읽고 수정하기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제출하였다. 나는 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나를 칭찬해주면 어쩌나, 그랬을 경우 어떤 세레모니를 취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선생님 입에서 나온 사람의 이름은 내가 아닌다른 친구였다. 겸연쩍게 웃는 그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아마 이 때 부터였던것 같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시기가 말이다. 그 친구는 저녁때 까지 실컷 놀다가 한 두 시간 만에 일기 쓰듯이 주르륵 써서 냈다. 그리고 난 그 친구가 글을 쓰는 것을 이전에 본적이 없었다.

  나면서부터 타고난 감수성이나 어려서부터 글쓰기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던 친구들에겐 분명 앞선 출발선이 존재한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친구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미 어렸을 적에 글과 말에 대한 감각이 형성 되면 굳이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읽기 편하고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그런 것을 얻을 수 없었다고 해서 글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마음 한켠이 아프다. 실제로 그런 글을 써서 뭇매를 맞았던 기자가 있다. “당신이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인데, 제목만 봐도 열심히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작가 지망생들의 마음에 어떤 비수가 되어 박혔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어와 항상 부대끼며 산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 학교, 회사 그 어디에도 이메일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일상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든 활동의 매개가 말과 글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과 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어찌보면 지당한 일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가 말과 글을 그렇게 열심히 사용하는데도 일정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어수업을 듣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머리가 하얘져서 “Excuse me?”만 외치는 것은 언어가 단순히 오랫동안 접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말과 글, 그 중에 글을 잘 쓰려면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그것에 관하여 말하는 책이 바로 Thinking On Paper이다. 실은 나는 이 책이 “생각하는 기술”에 관한 책인 줄 알고 구매하였었는데, 알고보니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책장에 방치해놓고 있다가 최근에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원서임을 무릅쓰고 다시 꺼내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또 공감이 많이 갔다. 무엇인가를 훈련하다가 막히면 때로는 선각자의 조언에 귀기울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벽에 부딪혔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이 막연한 반복을, 목적을 가진 훈련으로 변모시키기 마련이다.

  이 책을 벌써 2번이나 보았다. 그만큼 유익했다. 가장 설득력 있어야 하는 에세이의 형식이 왜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책은 분명하게 설명했고, 앞으로 글을 쓸 때 저 형식을 따르진 않더라도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반드시 고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글의 근거 자료들을 찾고 평가하는 기술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논점을 자극적이고 강하게 해서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곤 했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것은 중요하지만, 자극적이고 강하게 논점을 만드는 것은 나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어키거나 지나친 과장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어가능한” 주장을 만들라고 한다. 여기서 “방어가능한” 주장이란 모호하지도 않고 과장되지도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 책은 문법에 관한 부분만 제외하면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세이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글 쓰는 절차, 문단의 구성 방식, 근거 자료의 선별과 평가에 이어, 사고 기술인 연역적/재귀적 추론까지 개괄하고 있다. 책의 두께와 내용의 무게를 달아 보았을때, 생활형 글쓰기와 생계형 글쓰기를 막론하고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일독은 해볼만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이란, 어떤 기술의 습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부분을 추려놓은 것이다. 따라서 기본이 튼튼하지 못하면, 그 기술이 얼마나 휘황찬란하든지,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글쓰기도 연마와 경험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기본을 먼저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어"이다.

   왜 기본이 단어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의 구성을 살펴보자. 글은 여러 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문단만 잘 구성되어 있어도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한 문단은 하나 이상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장은, 자신이 소속된 문단에서 글쓴이가 부여한 역할을 맡아, 그 문단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일조한다. 이러한 문장은 문단의 흐름을 헤치지 않음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문장은 글의 기본 요소이다.

    그럼 문장은 무엇일까? 문장은 바로 의미있는 단어들의 어울리는 배열이다. 따라서 자연히 문장의 책임은 고스란히 단어에게 넘어간다. 각 단어 하나하나가 문장과 문단, 그리고 글의 흐름을 망가뜨리지 말아야 하며 그 흐름 중 필요한 곳에 적합한 형태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고 멋지고 훌륭한 문장과 문단, 궁극적으로는 글이 완성된다. 즉, 단어 하나하나의 적합한 선택이 읽기 좋고 설득력있는 글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단어는 글의 가장 기본이다. 동시에 주재료이다. 뭐든지 잘 만들려면 기본기술과 재료가 좋아야 한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단어를 꾸준히 연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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